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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보도자료

[논평] 양천구청과 구의회, '나쁜 지방자치'의 사례가 되려나

[논평] 양천구청과 구의회, '나쁜 지방자치'의 사례가 되려나

양천구의회 내의 갈등, 구의회와 구청장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이미 지난 해 연말에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준예산 사태를 가져왔던 양천구가 이번엔 행정사무감사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발단은 양천구의회에서 보류한 조례에 대해 새누리당 소속 구의원들이 몽니를 부리면서다. 양천구주민들은 지난 2014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서 2번째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 지원 조례'를 주민서명운동을 통해서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조례는 지금까지 상정조차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왔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구의원들이 새삼스레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보류하자고 하면서  구의회 안의 파행이 붉어졌다. 

지난 달 25일까지 진행된 임시회는 단 한건의 조례도 통과시키지 못한 체 막을 내렸다. 이 사이, 김수영 구청장은 구의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주민행사에 참여해 빈축을 샀다. 독감이라는 핑계를 내세웠으나 행사장에선 강연도 하고 건배사도 제의했나보다. 이 때문에 구의회 방청을 갔던 양천구 주민들이 6시간 넘도록 비생산적인 새누리-더불어민주당 구의원들의 공방을 들어야 했다. 특히 11월 25일로 예정된 정례회는 행정사무감사와 2017년도 예산을 다루는 중차대한 회의다. 구의회의 존재 이유가 구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고 할 때,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만 해도 10월 23일 임시회 폐회날에 맞춰 행정사무감사 실시계획을 본회의에 상정해 의결한 바 있다. 이래도 구청으로부터 자료를 받는 시기가 13일이어서 불과 10여일만에 집행부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 행정사무감사를 해왔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행정사무감사 실시계획을 의결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구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 준비를 할 시간이 줄어든다. 안그래도 불신이 높은 구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더욱 더 볼 것이 없게 되었다. 

그동안 노동당서울시당은 지방자치의 강화가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지역주민의 삶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왔고 이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양천구의회와 양천구청장을 보면, '지방자치제 폐지론자'의 중요한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 정도의 자정능력과 정치력이 없는 구의회와 구청장이 지방자치제의 주체가 될 수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주민들이 직접 거리에서 서명을 받아온 조례안이 볼모가 된 양천구의회와 금방 들통날 핑계로 꼼수를 부린 양천구청장의 면면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듣자 하니, 내일인 11월 2일까지 행정사무감사 계획을 잡지 못하면 파행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래도 구의회 새누리-더불어민주당 양자의 갈등은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그렇다고 구청장이 나서서 조정을 할 능력도 없어 보인다. 이래 저래 양천구민들만 부끄러운 나날이다. 끝내 법에서 정한 임무조차 제대로 못해서 주민들 손에 이끌려 쫒겨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책임을 고민할 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