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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보도자료

[논평] 보상갈등 중에도 세입자에게 벌금을 구형하는 법원, 현실 모르는 법치의 비극을 본다

[논평] 보상갈등 중에도 세입자에게 벌금을 구형하는 법원, 현실 모르는 법치의 비극을 본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마포구 공덕역 인근 마포로6도시환경정비사업에 포함된 상가세입자의 일이다. 현행 도시개발은 <도시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정법)을 기본법으로 하고 이 중 보상절차와 관련된 규정을 <공익사업토지보상법>(이하 공익보상법)에 따르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포로6 조합 측은 <공익보상법> 제95조의2를 준용하여 상가세입자들을 형사고발했고 관할 마포경찰서와 서부지방법원은 최근 상가세입자 총 10명에 대해 벌금 200만원 등을 부과했다. 이런 경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단은 몇 가지 점에서 치명적인 무지를 드러낸다.

첫째. 앞서 지적한대로 도시개발은 도정법의 절차에 따르고 공익보상법은 보상절차에 한정하여 준용해야 한다. 즉, 공익보상법을 통해서 보상절차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도정법> 절차를 준용해야 하는 것이지 <공익보상법>의 벌칙 조항까지 준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둘째, 현행 <도정법>제77조의2를 통해서 도시분쟁위원회를 설치했는데, 이는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적용되는 법적 절차이다. 즉, 관리처분인가에도 불구하고 갈등 해소가 되지 않는 사례가 너무나 빈번하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사후적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만약 이번 서부법원의 판결대로라고 한다면, 현행 도시분쟁위원회에 올라가는 대상은 모두 벌금 부과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법적 절차대로 해도 벌금은 따로 내야하는 웃긴 상황이 된다.

셋째, 이제까지 사업주체인 조합의 비위행위가 빈번해도 법에서는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동절기 철거금기 규정이다. 현행 <도정법>은 제48조2를 통해서 일몰 이후, 동절기, 기상청의 특보시기 등에 철거를 진행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벌금 규정이 없다. 즉,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해도 사업 시행자인 조합이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서부지법의 판결(2016고약9336)은 경찰과 법원이 도시개발 사업의 현실에 절대적으로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관리처분 인가 이후에 도시분쟁위원회를 진행하고 서울시는 그 전에 사전협의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이번 서부지법의 판결은, 일단 관리처분이 나면 건물을 양도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최대 200만원까지의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즉 사전협의체를 가던 도시분쟁위원회를 가던 임차인의 경우에는 일단 건물에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묻는다. 사업시행자인 조합 입장에서는 왜 사전협의체를 하고 도시분쟁위원회를 하는가? 지금 이런 절차가 필요한 것은 현행 보상절차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차인들이 퇴거를 하지 않음으로서 추가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단 나가라고? 정말 경찰이나 검찰, 법원은 이런 재개발의 현장을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이 지역은 지난 4월부터 마포구청 주재로 사전협의체가 진행 중이었던 곳이며 현재 2월 말까지 조합과 최종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도 모른 체 벌금이라니, 도대체 저 법원은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이들 마포로6도시환경정비사업 임차상인들과 함께 정식 재판을 청구하는 한편, 이에 대한 항의활동을 전개한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도시개발 사업에 대하여 무지한 채로 내려지는 판결을 막기 위해, '도시분쟁 전문 재판부' 설치를 요구한다. 또한 서울시나 마포구가 적극적으로 조합에 대한 고발 조치를 해야 한다. 보듯이 철거 현장에선 사업주체인 조합과 임차인 간의 비대칭성이 크다. 결국 이를 보충해주어야 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현실에 무지한 법이 얼마나 사회의 독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이번 판결을 규탄한다. 서부지법 유혜주 판사, 당신에게 법과 상식을 묻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