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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황종섭] 지방선거를 마치고

이번 지방선거에 첫 출마를 했습니다. 노동당의 후보로 나섰습니다. 양천구제4선거구(신월2·6/신정3·4) 서울시의회의원 후보였습니다. 2019표, 3.39%를 받고 낙선했습니다. 준비 기간이 매우 짧았습니다. 하지만 나름 열심히 하였습니다. 저는 도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요?


왜 나갔나?


출마의 이유를 생각해보니 두 가지 정도가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하나는 당의 방침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노동당의 이번 선거 목표는 광역의원 다수 출마였습니다. 그래서 광역 득표율 2%를 받자는 것이었죠. 2% 이상을 득표하면 국고보조금이 나옵니다. 노동당은 국회의원이 없는 정당이라 국고보조금을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목표 달성에 실패하였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노동당 양천당협은 당명이 진보신당이었던 시절부터 신정뉴타운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싸워왔습니다. 시청, 구청, 검찰, 경찰, 언론, 지역 의원 누구도 주민들의 편에 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양천에 있는 노동당의 당원들은 주민들과 함께 집회도 하고 간담회도 했습니다. 그런데 후보로 나갈 사람이 마땅치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섰습니다. 


왜 노동당인가?


뉴타운 지역 주민들은 근 10년을 고통받았습니다. 그런데 주민들 곁에 누가 있었습니까? 위에서 말했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보통 노동당을 찾아오는 분들은 다른 곳을 다 거치신 분들이 많습니다.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원들은 물론 단체장들에게 계속 대화를 요청하였지만 모두 무시당했습니다. 저희는 물론 의원도 없고, 단체장도 없습니다. 힘이 없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아무래도 마지막에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뉴타운 주민들이 눈 뜨고 자기 집에서 쫓겨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왜 노동당이냐? 다른 당이었으면…” 찍어주겠다는 말이었는지, 뭐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을 잘못 결정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럴 때면 솔직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가장 열심히 주민들과 함께 싸운 당이 노동당인데 왜 선거 때는 다른 당에서 출마하기를 바라는지 납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열심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왜 시의원인가?


어떤 주민들은 구의원부터 출마하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뉴타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울시가 움직여야 했습니다. 구청도 물론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기도의 사례처럼 서울시가 나서면 문제가 훨씬 쉬워집니다. 


경기도는 올해 4월, 뉴타운 해제 주민 동의율을 50%에서 25%로 조정하였습니다. 뉴타운 구역 해제를 훨씬 쉽게 만든 것이죠. 이러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서울시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장이 이를 할 수 있게 압박 혹은 격려 혹은 지지할 수 있는 시의원들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게다가 제가 제시한 다른 공약이 혁신학교 지키기와 안전급식 실현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도 서울시의회의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서울시 교육감이 누가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소한 현상유지라도 하려면 서울시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습니다. 그래서 시의원 후보로 도전한 것입니다.


안될 걸 알면서 왜 하냐?


안될 걸 몰랐냐? 알았습니다. 첫 출마였고, 노동당의 지지율은 잡히지도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지지율이 뭡니까. 인지도도 잡히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실력이니,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무려 2019명의 주민들에게 지지를 받았습니다. 무려 투표장에 들어가서 많은 후보 중에 노동당 혹은 제 이름을 찾아서 2019명이나 되는 분들이 투표를 해주신 겁니다. 그래서 실망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가 출마를 함으로써 다른 후보들도 뉴타운에 대한 입장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이 아무리 요구해도 뉴타운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던 다른 정당의 후보들이 어찌됐든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뉴타운 사업 해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말이죠. 토론회를 다 녹화해놨으니 쉽게 번복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 거냐?


선거가 끝났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고, 후련한 점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선거운동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선거가 끝나니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뭘 어떻게 하나요?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직도 한국에는 진보정당이 필요합니다. 아니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밀양 송전탑을 건설한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청와대의 책임을 묻는 사람들을 모두 철창에 가두고 있습니다. 의료 민영화를 한다고도 하고, 코레일은 공항철도를 팔아치우겠다고 이사회에서 결정을 해버렸습니다.


시민들이 투표장에서 열심히 던진 표를 받은 분들은 모두 어디로 가셨을까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국에 7명의 의원밖에 배출하지 못한 노동당이 나섭니다. 저는 그저께 밀양에서 주민들과 몸을 묶고 버티다 함께 끌려나왔습니다. 노동당의 부대표는 돈 보다 생명이 먼저라고 외치다 붙잡혀 13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으니,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렇게 살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황종섭 (노동당 서울시당 조직국장, 양천당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