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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보도자료

[논평]마포, 강남에 이어 경리단 길까지 불거진 상가세입자 문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강남역에 위치한 조그만 상가 라떼킹이 건물주의 탐욕에 의해 불법적인 파괴행위가 불거진 것이 설명절을 앞둔 16일의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공적인 강제집행이 아님에도 서울시경의 지시로 5기동단 소속 59중대 전경들이 출동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건물주와 경찰 간의 불법적인 연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드러났다. 임의적인 전기차단은 물론이고, 생활에 필요한 식수 공급조차 되지 않는 상태에서 상가세입자의 어려운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들려온 이태원동, 소위 경리단 길이라 불리는 곳의 명도 소송은 절망스럽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텔런트 길용우씨가 매입했으며 애초 기존 세입자의 잔류를 이유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건물을 매입했다. 현재 이 건물에는 7세대의 상가세입자와 3세대의 주거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길용우씨는 부동산 이전 등기가 끝나자 마자 법무법인을 동원해서 세입자들에게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길용우씨의 평소 이미지와 이전 건물소유주의 약속을 믿고 있었던 세입자들의 처지에선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음은 두말할 나위없다. 상가건물이 소위 재테크의 손쉬운 수단이 되어온 배경에는 세입자들에게 취약한 법제도가 놓여있다. 현재 민법이나 상가임차인보호법은 여전히 장사를 실제로 하지 않는 건물주의 소유권을 배타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노동당서울시당은 현재 한국사회의 상가세입자들을 조선시대 소작농에 비교해왔다.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단지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농민을 노예로 부릴 수 있었듯이, 현재 상가소유제도는 장사를 하지 않더라도 단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가세입자들을 노예로 만든다. 풍년이 되어도, 흉년이 되어도 소작농은 늘 가혹한 착취에 놓여 있었듯이 상가세입자 역시 장사가 잘되면 매년 인상되는 임대료에, 상가 탈취에 시달리고 장사가 안되면 안되는 대로 대출을 받아서라도 임대료를 내야 하는 처지다.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이 21세기 우리 사회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노동당은 이런 상가세입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나 피해자를 구제하는 듯한 '보호대책'으로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보통 시혜적 정책이라는 것이 그렇듯, 언제나 '죽지 않을 정도'를 고려하는 것이 보호 정책의 한계다. 그래서 소유자인 건물주의 양보에 기대어 만들어지는 대책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가건물에 있어 실제 건물의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상가의 권리를 건물주의 소유권에 앞세우는 '점유권의 보장정책'이 필요하다. 누가 가치를 생산하는가라는 '가치의 원인'에 토대를 둔 '권리 보장 정책'의 관점에서 상가세입자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농민을 위한 토지개혁의 근간이 농사를 짓는 사람들만 농지를 가진다는 '경자유전'이듯이, 상가 역시 실제로 장사하는 사람의 권리가 앞선다는 '21세기판 경자유전'이 절실한 시점이다. 노동당은 약탈적인 소유권 제도로는 우리 사회가 정글의 법칙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의 상식을 위해서라도 상가세입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