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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일웅]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의 하루

제가 속해있는 노동당은 작은 원외 진보정당이고 저는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 곳곳에서 매일같이 벌어지지만, 언론에는 한 줄 나올까말까한 각종 기자회견과 집회에 연대하는 것이 제 일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서울시당에 상근 당직자래봐야 저를 포함해 4명밖에 되지 않아서 잘하면 2명, 사정이 안되면 저 혼자 얼굴 비추고 발언하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투쟁하는 분들에게는 작은 연대의 마음도 크게 전해질 것이라 위안하며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여기저기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밖으로만 돌아다니는 날도 있습니다. 오늘(2014년 4월 15일)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오늘 첫 일정은 서울시청 앞에서 건물주들의 약탈적인 명도소송과 강제집행으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상가세입자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긴급 구제조치를 실시할 것을 서울시에 요청하는 기자회견이었습니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그동안 상가세입자 투쟁에 적극적으로 함께해왔고 상가세입자 문제나 재개발 투쟁이 벌어지면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전적으로 관련 전문가인 김상철 처장님과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연대하는 당원들 덕분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에도 가든파이브 입주 청계상인분들, 요즘 힘든 싸움을 하고계신 분더바 사장님, 그리고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에서 함께해주셨습니다.


오후에는 두 곳의 노동조합 집회에 함께했습니다.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이지만 조합원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노조가 만들어지고 더 이상 관리자에게 무시당하지 않게되었고, 노동자로서의 자긍심과 당당함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 노조가 없을 때에는 같이 일하는 직원이지만 경쟁 상대로만 생각해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내다 노조가 생긴 후에야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조합원으로, 동료로서 어울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들을 조합원들에게 자주 듣게됩니다. 확실히 자본의 논리와 기업의 운영원리보다는 노동조합의 논리와 운영원리가 나눔과 연대의 원칙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건강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청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공공운수노조.연맹 서울본부 집중투쟁의 날 일정으로 진행된 동명기술공단 규탄집회에 함께했습니다. 동명기술공단은 엔지니어링/감리 부문 건설사 취업 인기순위 10위 안에 드는 회사인데 임금 체불과 구조조정, 일방적 조직개편과 조합원 일방배치 등의 행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사관계의 핵심은 신뢰입니다. 노사 합의사항을 휴지조각 취급하는 등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회사가 어려우니 노사상생을 해야한다며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전근대적인 경영행태는 사라져야 합니다.



점심을 먹고나서 서울여대로 이동해 경비노동자 해고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 결의대회에 함께했습니다. 서울여대 학교당국은 CCTV 1,000개를 설치하는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한다며 경비노동자의 절반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노동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영역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미 밝혀진 바대로 CCTV는 1,000개가 아니라 10,000개가 있어도 범죄나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여대는 교육기관답게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내쫓는 무인경비시스템 도입과 정리해고 계획을 철회해야 합니다. 항상 단결된 투쟁으로 승리했던 서경지부답게 오늘 집회에도 동북권 각 분회에서 함께했고 서울여대 학생들도 함께했습니다. 집회 이후 천막농성에 돌입한 서울여대에서 곧 승리의 소식이 전해지리라 믿습니다.


김일웅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강북당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