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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주현] 故 송국현 씨의 명복을 빕니다

아침 선전전을 나갔다가 송국현 씨의 사망소식을 들었습니다. 화상으로 인한 내부 장기손상이 심해 고통을 견디기 어려우셨던 모양입니다. 마지막 희망마저 놓아버린 송국현 씨의 죽음이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한편으로 분신 등의 화상으로 사망하신 분들 몇분의 예후를 알기에 더 오래 고통받지 않으신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양가감정에 괴로웠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건도 있고 해서 일단 오늘부터 송국현씨 장례기간, 그리고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까지는 선거운동을 잠정중단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전전을 접고 집에 가서 장례식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선거 도와주겠다고 같이 나온 여자친구와 빵과 커피로 아침을 때우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료상담 수준으로 진지하게 되어 10시 반에야 센터에 출근했습니다.


점심에는 함께가는광진부모회 회장님, 사무국장님과 미팅이 있었습니다. 신자초등학교 근처의 고기집에서 맛난 점심을 대접해주셔서 배부르게 얻어먹고, 선거 도와주지는 못해도 종종 이렇게 몸보신은 시켜주겠다는 고마운 말씀도 들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작년 장애인자립생활권리보장을 위한 구청 순회투쟁의 결과로 운영비 지원을 받아 새로 마련한 부모회 사무실을 방문하였습니다. 잠실대교 북단 구청방향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입지조건은 괜찮았는데 안타깝게도 엘리베이터 없는 3층이라 휠체어나 목발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이용하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곳을 백방으로 알아보았으나 적절한 입지조건을 가진 곳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 자체가 없었고, 1층 사무실을 얻기에는 보증금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대신에 사무실 내부는 널찍하니 지적발달장애아이들이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장애인단체 사무실이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이것이 부모회의 잘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아직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장벽들이 존재한다는 방증이지요. 그만큼 지역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이제 장애등급제 때문에 억울하게 화마에 스러져간 송국현 씨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으로 갑니다. 주영이와 지우, 지훈 남매가 떠난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똑같은 일로 곁에 있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살인에 의한 피해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투쟁이 필요할 듯합니다. 며칠 마음을 가다듬고 신발끈을 묶어야겠습니다. 다시 뛰기 위해서 말입니다.


김주현 (서울시의원 광진구제1선거구(중곡1/중곡2/중곡3/중곡4) 예비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