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어난 사고로 오늘부터 다만 며칠이라도 선거운동을 중단합니다. 다른 분들과 함께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아직 생사가 파악되지 않은 분들의 무사 귀환을, 부상자들의 쾌유를 빌고 있습니다.
이렇게 괴롭고 큰 일을 당할 때면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문명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나의 친구, 나의 가족, 우리의 이웃들과 손잡고 연대하는 공동체적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그 아비규환의 선상에서도 서로 안부를 걱정하고 사랑을 고백하고, 나보다 타인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아픈 사고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런 사람들을 아직 우리가 포기하지 않았다고 하는 사실을, 언젠가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상식이 되고 사회의 다른 영역에도 연대와 사랑과 이타심의 원리가 가득해지는 그런 사회를 바로 지금 어두운 배 안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몇 달 전에 우리 의회의 의원들과 일본의 마을만들기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장소인 세타가야 구의 지역공생의 집 중 하나인 오카상의 집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오카상의 집은 원래 이 집에 사셨던 할머니께서 자신의 집을 마을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거의 마을 회관처럼 사용했던 곳이라 합니다. 직업상 영어를 사용했던 할머니께서 마을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마치 서당처럼 원하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무료로 공부시켰던 겁니다. 이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자신의 집을 계속 같은 용도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남기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셨고 지금도 유사한 용도로 마을 사랑방처럼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오카상의 집이 일본 전역의 주목을 받은 것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직후부터라고 합니다. 저는 그 이유가 궁금해서 설명을 하신 분에게 오카상의 집이 왜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는지 질문했습니다. 대답이 인상적이었는데 세월호 사고를 접하면서 계속 생각이 납니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이후에 일본 전역의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땅이 흔들리고 바다가 육지를 침범할 때 우리는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의지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문명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큰 사고를 당하고서야 우리의 이웃, 우리들의 마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우들이 우리의 의지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사람들은 전보다 더 마을만들기와 마을 사람들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을 인간적인 곳으로 만들지 못하면 사회도 그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우리처럼 큰 사고를 당하지 않고도 이것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나경채 (관악구의원 관악구사선거구(서원/신원/신림)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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