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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경채] 후보일지


(사진: 나경채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nagc73)

 

 내일 모레부터 본격적인 지방선거 운동이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3번째 출마인데 이번 출마는 본선에 들어서기 이전부터 여러 소회가 많습니다. 얼마 전 저는 선거초반 저를 힘들게 했던 '통합진보당' 아니냐,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우리 주민들의 질문에 대해 얘기했었습니다. 노동당의 후보인 저에게 쏟아지는 이런 질문을 받으며 우리 진보정치의 현 주소에 대해 더욱 많이 반성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후보로서 가장 난처하고 아득한 것은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당당한 무관심과 냉소였습니다. 이럴 때마다 '하수구 뚜껑 하나라도 정치 아닌게 없다'던 빈민운동의 대모 김혜경(사라) 선생님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세월호 참사에 과거의 어떤 정치가 숨어있는지 우리 모두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 배가 차량과 컨테이너를 과적할 수 있었고 어떤 연유로 수명 20년인 배가 30년으로 연장되었는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전 정부와 현재의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라는 정치가 이 과적의 범인입니다. 규제완화라는 괴물같은 정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에 앞서는 '기업의 이윤창출'을 합법화 하기 위한 정치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규제완화로 대표되는 친자본 정치를 바꾸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대통령의 눈물 담화는 이 친자본 정치에 대한 성찰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규제완화를 추진했던 정치적 배경의 이면을 자백하지 않았고, 그 현상의 일부일 뿐인 부패문제와 해경의 무능만을 탓했을 뿐입니다. 유병언 회장과 그의 장남을 잡아들여서 최고형을 선고한다든지, 해경을 해체한다고 해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치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의 페친이기도 한 만화가 김재수 씨가 어제 담화를 보면서 '해경을 없애? 차라리 바다를 없애라'고 일갈한 것은 그래서입니다.




 우리 동네 관악구, 제가 사는 신림동에는 오랜 지역현안이 하나 있습니다. 신림 경전철을 착공하는 문제입니다. 저는 의정활동 과정에서 이 경전철에 대한 수많은 민원 쟁점사항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 제가 주목하는 것은 경전철의 역사가 무인역사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역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역사를 이용하고자 하는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도움을 받고자 할 때 그 사람들은 지나가는 행인들의 선의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역사에 사고라도 난다면 1차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할 현장근무자가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반성할 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어떤 정치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효율성의 정치가 이런 위험 천만한 일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일정 수 이상의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시설에는 일정 수 이상의 근무자가 있어야 한다는 정치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재난과 위험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점검과 감독 그리고 그에 따른 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치가 있었다면 무인역사와 같은 발상은 발을 붙이지 못하겠지요.


 한 사람의 진보정치인으로서 기존의 정치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말에 '여기 대안이 있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매우 부끄럽습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이런 위험과 비인간적 조건과 그것을 배양하는 정치에 대해 모르지 않았지만 그것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정치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무능력했고 너무나 일찍 오만에 빠졌습니다. 그 결과 진보정치는 분열했고 추락했고 힘을 잃었습니다. 사람들은 한때 대안이 되고자 했던 진보정치에 대해 냉소하고 무관심해졌습니다. 그 자리를 차고 들어왔던 소위 '새정치'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실망을 데자뷔처럼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대안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착하게 살겠다는 류의 다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막연하고 목표없는 겸손이야말로 무책임의 전형이니까요. 저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진보정치의 결집과 대안 세력의 형성만이 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기득권의 정치에 대한 희망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다시 새롭게 대안정치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서, 작더라도 튼튼한 벽돌이 되자는 마음으로 이번 선거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 작고 튼튼한 벽돌이 되고자 하는 저를 포함한 우리 노동당의 후보들, 그리고 다른 진보정당의 후보들, 여러가지 고민끝에 무소속 출마를 결정한 진보후보들, 모두에게 행운과 건강과 열정과 투지가 허락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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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동당 홈페이지 

http://www.laborparty.kr/)



* 이 글은 관악구의원 재선에 도전하는 나경채 후보의 페이스북 글을 맞춤법 수정, 문단 편집하여 옮겨온 것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