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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희서] 구의원 개인연구실 예산 3억4천, 주민복지와 아이들 안전·교육에 써야

2015년도 예산으로 구로구의원들의 개인연구실을 만들기 위한 공사비용과 물품구입비등 3억4천여만원이 올라왔습니다. 현재 구의회건물 3층에 있는 의회직원 사무공간을 옆 건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새로 개인방을 만드는 공사를 해서 16명 구의원들이 쓸 개인방을 하나씩 마련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전과 공사 소요비만 2억4천만원이고, 각 방마다 쇼파며, 에어컨이며, 냉장고며 자재구입만 1억원의 예산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결코 이 예산을 통과시킬 수 없습니다.


입만 열만 예산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구로구청이 이 예산을 편성해 준 것도 어이가 없습니다. 제가 눈여겨 보고 있는 아이들 교육예산, 안전예산, 지역주민들 민원 예산은 번번이 ‘예산부족’이라는 답변이 돌아오는데 이런데 쓸 돈은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럴 돈이 있으면 당연히 우리 주민들을 위해, 동네를 위해 써야 합니다.


기초 자치단체 예산이 바닥이라고 난리입니다. ‘보육비 지원이 어렵네’, ‘어르신들 기초노령연금도 예산을 다 편성할 수 없네’ 등등 각 구청들마다 예산부족을 호소합니다. 구로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로구 한 중학교는 아이들 책걸상을 교체해줄 돈 700만원이 부족해서 교체작업을 중단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럴 때 구청과 구의원의 임무는 불필요한 예산은 최대한 줄이고, 주민들의 목소리는 잘 들어 꼭 필요한 예산을 제대로 짚어내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3억4천이나 되는 예산을 구의원들 방 만들고, 쇼파 놓고, 에어컨 설치하는데 쓰느라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곳에 못 쓰게 된다구요? 이건 비상식적이고, '주민의 소중한 예산 잘 쓰겠다'던 선거 때 약속을 내동댕이 쳐버린 행동입니다. 그 돈으로 우리 아이들 책상을 교체해 주는게 상식이고, 그 돈으로 아이들 방사능 안전급식을 위한 예산을 늘리는게 주민의 뜻이며, 그 돈으로 어르신들 경로당 수리하고 노후된 물품교체도 하는게 구청장과 구의원이 해야할 소임입니다.


예산낭비 말고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구의원들 개인연구실을 만들면 의회 직원들은 옆 구민회관 건물로 이전해야 합니다. 직원들은 업무처리를 위한 이동거리가 길어지고, 각종 근무여건도 나빠집니다. 의원 좋자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 불편해도 된다는 생각이라면 정말 구태의연한 생각입니다. 직원들이 이전해야 하는 공간은 지역의 시민단체나 주민단체들이 활동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청에 끊임없이 공간배정을 요구했던 공간이기도 합니다. 구로구의 많은 시민단체들이나, 주민단체들은 공간이 부족해서 이곳저곳을 떠돌고 활동을 안정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회 공간을 내주면서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지는 못 할망정 의원들이 나서서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마저 차지해버리면 되겠습니까?


예산이 충분하고, 구로구에 공공으로 사용할 공간이 충분하다면야 의원들이 연구도 잘 할 수 있고, 민원인들도 쾌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게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도 어렵고, 구로구도 예산부족으로 어려운 때이고, 지역단체들도 공간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이때, 구의원 개인연구실에 예산을 쏟아붓는 건 ‘예산낭비’, ‘주민무시행정’ 일 뿐입니다.


내일 구로구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이 예산이 처음으로 다뤄집니다. 저는 구로구의회 의원의 권한과 주민들이 주신 대표권을 최대한 활용해서 반드시 이 예산을 삭감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돈을 주민복지, 아이들 안전과 교육에 쓰일 수 있도록 예산 조정을 하겠습니다. 이것이 주민들의 뜻이라고 믿습니다. 젊은 초선의원 하나의 힘으로 의회 내에서 막아내기가 역부족일 수도 있지만, 주민들이 지지하고 여론이 힘을 모아주면 다른 구의원들과 구로구청장도 결국은 이 예산을 철회할 것입니다. 구로구 주민들의 상식이 구로구의회와 구로구청에 전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김희서 (구로구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