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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보도자료

[논평] 기초의회가 무능하다고? 관악구의회를 보라

작년 전 당원 투표라는 퍼포먼스로 기초의원 정당공천체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한 민주당에 이어, 연초 새누리당에서 내놓은 기초의회 무능론은 지방자치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을 묻는 사건이다. 이번에 새누리당이 내놓은 근거 중에 하나는 기초의회가 무능해서 기초단체장에 대한 견제기능을 해대로 못한다는 것이 있었다. 호남권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기초의회에 새누리당 명찰을 단 의원들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제 얼굴에 침뱉기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노동당이 볼 때 이와 같은 발언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스스로가 그동안 '무능한' 의원들만 뽑아 냈다는 자기고백이라고 본다. 실제로 어제 관악구에서 있었던 일을 되짚어 보면 그렇다.

 

관악구는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준예산'으로 새해를 맞은 자치구다. 배경에는 유종필 구청장이 내놓은 예산안에는 관악구 내 재활용청소 업무를 민간위탁하려는 위탁사업비가 편성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공유재산매각에 따는 사전절차도 이행되지 않은 공유재산 매각에 따른 세외수입이 편성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노동당 소속 관악구 나경채 의원은 이미 기존에 실시하고 있는 관악구의 청소행정만 보더라도 열악한 노동조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도 업체의 이윤은 보장되는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민간위탁의 무분별한 확대는 불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제기가 가능한 배경에는  나경채 의원이 작년부터  '청소민간위탁 특위'까지 구성하면서 민간위탁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킨 노력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인데도 민주당이 공천한 관악구 구청장은 검증되지 않은 경제성을 이유로 민간위탁 계획을 밀어붙였다.

 

게다가 공유재산을 매각할 시에 반드시 구의회에 공유재산매각 계획을 보고하고 이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재산매각에 따른 100억원 상당의 수입을 편성했다. 더구나 해당 부지가 도시계획시설로서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던 곳이기에 어짜피 행정수요를 위해 별도의 토지 매입이 불가피한 상황인데도 이를 밀어붙인 것이다.

 

이 두가지 쟁점이 2014년 관악구 예산 심의의 주된 걸림돌이 되었고 결국은 준예산 사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준예산이라는 정치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민간위탁이 확대되어서는 안된다는 확신과 법제도에 맞는 예산편성을 주문하고 가장 전면에서 구청장을 견제한 이는 다름 아닌 나경채 의원이었고 결국은 어제 나경채의원이 제출한 수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방의회의 능력은, 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지역의 문제에 공익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철학과 이를 관철시킬 수 있는 인물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기초의회 무용론을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관련 시민사회단체에 묻는다. 정말 '기초의회'라는 제도가 불필요한가? 그리고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에게 묻는다. 정말 민주당 기초단체장들은 당신들이 공천해서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에는 수백명의 기초의원이 있다. 이들 중에서 나경채 의원만큼 열정과 헌신을 담고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하는 건가? 기초의회 폐지를 주장하는 새누리당이나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이나, 기본적으로 무슨 주장을 하려면 자신들이 공천해서 내놓은 불량 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반성을 먼저하는 것이 예의이고 말의 순서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어제 관악구의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입으로만 떠드는 민주당과 새누리당 발 지방행정 개악안에 대한 살아 있는 반증사례라고 할 수 있다. 증거라고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례밖에 없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과연 지방자치를 논할 수 있는 자격이나 되는 것인지 심각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