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임준택] 안철수, 육참골단인가 자해정치인가

육참골단(肉斬骨斷)이란 말이 있다.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다는 말인데 싸움에 있어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얻는 경우를 일컫는다. 소설 장길산에서 마감동이 감영무사 김식과 싸우는 소위 수회천의 결이라는 장면이 딱 이에 맞는 경우인데 이 싸움에서 마감동은 자신의 허벅지에 일부러 빈틈을 보여 김식이 이곳을 공격하는 틈을 노려 김식의 급소를 베어 절명시킨다.


전쟁과 다를 바 없는 정치에서도 비슷한 예를 볼 수 있는데 97년 대선당시 DJ의 가신출신인 이석현 의원이 명함에 남조선 표기문제로 논란이 일자 자진탈당 조치시킴으로써 색깔논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은 전례가 있다.


뉴스를 보니 안철수도 기초선거 무공천 고수를 이야기하며 이번에 손해를 감수하면 국민의 신뢰라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는데 아마 속으로 육참골단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위에 든 예들은 싸움에 있어 적은 희생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큰 화를 모면하고 반전의 기회로 삼기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일 뿐이고 제일 좋은 것은 역시나 아무런 희생없이 승리를 얻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싸우다 상처를 입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굳이 일부러 상처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런데 요즘 안철수의 정치적 행동을 보면 자기 스스로 허벅지에 상처를 낸 후 상대방보고 나는 이렇게 육참했으니 너도 알아서 골단하라고 주장하는 것과 진배 없다. 상대방의 기를 죽이기 위해 일부러 신체자해하여 피를 보여주는 동네 양아치들 싸움도 아닌데 왜 스스로 자해의 길을 가는지 모르겠다. 


자해 수준도 단순히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기 위한 정도를 넘어 가만 놔두면 상대방이 칼을 뽑기도 전에 출혈과다로 쇼크사할 지경이다. 맹자는 춘추오패로 칭송했다지만 대다수의 사람에게 송나라 양공은 자신의 똥고집으로 나라를 말아 먹은 어리석은 임금일 뿐이다.


부산출신 후배말로는 자기 동네에서는 싸우기 전 상대방에게 흔히 이런 말을 쓴다고 한다. "니 오늘 쌈이 뭔지 내 가르쳐 주까?"


같은 부산출신이지만 건들건들한 내 후배와 달리 모범생이었던 탓에 이 말을 못듣고 자랐을 안철수 대표에게 누가 제발 싸우는 법 좀 제대로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



임준택 (노동당 강남서초당협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