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채훈병] 후보일기 2014.04.06

후보일기 2014.04.06


오후에 배재근 당원과 함께 동네를 돌았다. 볕은 좋았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좀 쌀쌀했다. 지하철역 앞에서 주민들께 명함을 드릴 때는 자주 했었던 출근 캠페인 같아 어색하지 않았는데 동네를 돌면서 지나가시는 주민들께 인사를 하는 것은 많이 어색했다. 배재근 당원이 나보다 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에 비하면 난 좀 건방진 것 같았다. 인사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증산 모 구역 뉴타운반대 비대위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가 증산동 구길을 걸어서 새절역까지 갔다. 그리고 5구역 비대위 사무실에도 들렀다. 모르는 분들만 계셨는데 한 분이 정치인은 세금 낭비만 하는 놈들이라고 크게 소리를 쳤고 한 분은 잡상인 쫓듯 우리를 내보내셨다.


오랜만에 동창도 만났다. 십년 만에 만났나 보다. 서로 연락이 끊긴 후 한동안 산에서 도를 닦았다고 한다. 얼마 전 내려와서 신사동에 법당을 차렸다. 그 놈도 머리가 벗어지고 많이 늙었다. 커피를 얻어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왔다. 배재근 당원은 금강경 한 권을 얻었고 나도 책 한권을 얻었다.


새절역에서 배재근 당원과 헤어지고 연희동 ‘분더바’로 갔다. 독일어 분더바(wunderbar)는 영어로 wonderful이라고 한다. 1억5천만 원을 들여 카페를 열었는데 월세를 고작 두 달 밀렸다고 내용증명을 보내더니 급기야 건물주가 직접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한다고 강제로 세입자를 내쫓았다고 한다. 분더바를 되찾기 위한 싸움에 연대하기 위해 길가에 천막을 치고 여러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은 벼룩시장도 열렸고 갈비연대도 했다. 늦게 도착해서 벼룩시장은 파했고 갈비연대를 준비 중이었다. 그냥 돌아오기가 뭣해서 갈비 굽는 일에 조금 생색을 내고 돌아왔다.


집으로 가기 전에 문전박대를 당했던 5구역 비대위 사무실을 다시 들렀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회의 중이라고 했다. 낯익은 얼굴도 여럿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구석에서 조용히 회의를 지켜보았다. 두 시간 정도 앉아 있었다. 낮에 쌀쌀맞게 대하시던 분이 인사를 주셨다. 나를 아시는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드렸나보다. 채 박사님께서 자주 들려주시고 도움을 달라고 하셨다. 채 박사라니. 농담으로 하시는 말씀 같지는 않았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박사는 커녕 고졸인데 큰일 났다.


비대위 활동하시는 주민 한 분께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뉴타운 관련한 입장을 질의하고 토론회를 한 번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자리만 있으면 뉴타운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 정책인지 확실하게 알릴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어떤 후보든 어떤 논리를 들고 나오든 다 무찌를 수 있다고. 나는 자신이 있다. 우리 당엔 의정부의 목영대, 이의환이 있고 서울시당에는 김상철이 있기 때문이다. 또 양천에서 힘차게 싸우고 있는 당원들도.


다른 후보들도 뉴타운을 반대한다면 “수색증산 후보들은 모두 뉴타운에 반대합니다!”라며 함께 손잡고 기자회견을 할 마음도 있다고 했다. 다만 전제가 있다. 각자 속한 당에서 그동안 벌어진 뉴타운 갈등에 대해 주민들께 사과하고 당론으로 가지고 온다면!


집으로 돌아가니 부인이 화를 냈다. 모처럼 맛있는 김밥을 만들었는데 저녁을 먹고 왔냐고. 싹싹 빌었다. 아침 7시부터 정신없이 다녔더니 매우 피곤했다.


채훈병 (노동당 은평당협 공동위원장, 서울시의원(증산/수색/신사1/신사2) 예비후보)